HELLO HUMANOID.
로봇 G1

제조사
유니트리 Unitree
능력
G1은 발차기, 공중제비, 춤 동작을 할 수 있지만 손을 이용한 정교한 조작 능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호환력 좋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와 강력한 온보드 컴퓨터 덕분에 연구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로봇이다.

헤드
로봇은 얼굴에 탑재한 딥 카메라와 3D 레이더 스캐너를 통해 주변 환경을 빠르게 지도화한다. 스캐너는 로봇의 앞과 뒤 모두를 볼 수 있는 전방위적 시야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관절 구조
G1이 구동되는 데 필요한 모터의 수는 총 43개다. 또 주요 관절에는 영구 자석 동기 모터를 사용해 높은 토크와 빠른 가속을 발휘할 수 있다. 덕분에 폭발적인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립
로봇의 손에 3개 또는 5개의 손가락을 추가하고 싶은가? 그러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 일부 최신 로봇의 손에는 압력 센서가 포함되어 있어 로봇이 물체를 스캔해 판단한다.

이동성
G1의 최고 이동 속도는 시속 4.7마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리는 인간의 관절을 닮은 구조로 설계됐고, 이를 바탕으로 실현된 움직임은 인상적인 동적 균형 능력이 완성됐다.

능력
본체에는 8코어 CPU가 탑재됐다. 온보드 AI 구동 시에는 선택적으로 엔비디아의 모듈(Jetson Orin)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상하이 SHANGHAI
솔직히 말해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약 4피트 키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간 취한 것처럼 보인다. 팔을 휘저어대며 두 다리로 뛰어다니고 있는데 그렇게 약 30초쯤 지나자 갑자기 멈춰 서더니 팔을 앞뒤로 저으며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다. 이 작은 로봇은 상하이 황푸 Huangpu 강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에 와 있다. 전시장은 휴머노이드 로봇들로 넘쳐난다. 춤을 추는 로봇, 상자를 나르는 로봇, 로봇 개를 산책시키는 로봇 등이 부스 곳곳에서 빙글빙글 돌며 시연을 이어간다. 한쪽 구석에는 배터리를 충전하느라 축 늘어진 채 쉬고 있는 로봇도 보인다. 화창한 7월의 어느 날, 나는 서구권 AI 산업과 중국의 AI 생태계 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상하이를 찾았다. 트렌디한 옛 프랑스 조계지에는 이미 BYD와 샤오미, 화웨이가 만든 첨단의 전기차들이 거리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뒤였다. 고급 커피 체 인 ‘매너 Manner’에서는 ‘스파클링 시트러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아방가르드 음료도 맛봤다. 그리고 컨벤션에 왔을 땐, 이 춤추는 로봇들이 언젠가 상하이 거리를 활보하며 주인의 쇼핑백을 대신 들어주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작은 복싱 링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안에서는 두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로 주먹을 치고받고 있었다. 그러다 한 로봇이 넘어졌지만 이내 몸을 추스르며 다시 일어났다. 한 젊은 여성이 나에게 휴머노이드를 한 대 쳐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는데 그러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 정중히 사양했다. 물론 이 컨벤션의 풍경은 어느 정도 환상에 가깝다. 사람들 사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게임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로봇에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스스로 균형을 잡고 단순한 동작은 문제없이 수행할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걸을지, 누구와 악수할지, 언제 공중제비를 돌지는 결국 사람이 지시해야 했다. 또 다른 한계라면,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손가락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팔 끝이 둔탁하게 끝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자를 들어 올리거나 복싱 글러브를 끼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아직 물건을 정교하게 집어 들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이 노동시장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마존 Amazon은 미국 스타트업 ‘애질리티 Agility’가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유출된 내부 정보에 따르면 향후 몇 년 안에 상당수의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Bank of America의 애널리스트들은 2035년까지 로봇 제조업체들이 매년 1천만 대의 휴머노이드를 출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건 스탠리 Morgan Stanley는 2050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10억 대의 휴머노이드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놀라운 건 그중 약 3분의 1인 무려 3억 2백30만 대가 중국에 배치되고 나머지 7천7백70만 대가 미국에 사용될 것으로 분석한다.
현시점,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휴머노이드 기업 중 하나는 항저우에 본사를 둔 ‘유니트리 Unitree’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Optimus’가 시연에서 여전히 어색한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유니트리의 로봇들은 전력 질주와 쿵푸 킥, 공중제비 같은 동작을 거뜬히 수행하고 있다.(이번 콘퍼런스 입구에서 춤을 추며 방문객을 맞이한 로봇도 유니트리의 제품이었다!) 유니트리의 다리형 로봇은 가격도 놀라울 만큼 합리적이다. 수만 달러, 몇몇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 제작되는 일반적인 휴머노이드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유니트리는 중국 로보틱스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이자 정부가 육성하는 핵심 기술 산업 기업으로 평가된다. 현재 상하이 증시 상장도 추진 중이며, 예상되는 기업의 가치는 약 70억 달러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유니트리가 실패한다면?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이미 2백 개가 넘는 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 관련 산업이 전체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또 이런 우려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최근 과잉 생산과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주요 기업은 약 16곳 정도다. 단순히 수치만 보더라도 세계 최초로 1백만 대의 휴머노이드를 보유하는 나라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항저우 HANGZHOU
유니트리의 본사가 있는 도시, 항저우는 상하이에서 약 1백10마일 떨어져 있다. 이곳은 광활하고 아름다운 ‘서호 West Lake’로 유명하지만, 전자 상거래 거대 기업인 ‘알리바바 Alibaba’와 그 계열사인 앤트그룹 Ant Group,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여러 AI 스타트업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유니트리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개발한 ‘딥시크 DeepSeek’와 같은 기업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에디터는 유니트리를 포함해 몇몇 기업을 직접 방문해볼 계획이었다. 유니트리는 경쟁사들과 달리 다양한 종류의 다리형 로봇(Legged Robots)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미 실질적인 수익도 내고 있어 지금의 휴머노이드 산업을 관찰하기에 제격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회사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 방문이 대부분 제한되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유니트리 본사 내부는 꽤나 거칠게 사용된 흔적이 많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입구 안쪽 계단은 무거운 하중을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는 다리형 로봇들 때문에 곳곳이 깨지고 닳아 있었다고 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로보틱스 창업가인 마이크 조 Mike Cho가 말했다. “마치 내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낡은 모습의 연구실처럼 생겼어요. 사방에 고장 난 로봇과 부품들, 그리고 깨진 콘크리트가 널려 있었거든요.” 이후 나는 유니트리의 CEO, 왕싱싱 Wang Xingxing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메신저 앱 위챗 WeChat을 통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왕은 중국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다. 2025년 2월,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최한 행사에 잭 마 Jack Ma(Alibaba), 런정페이 Ren Zhengfei(Huawei 창업자 겸 CEO), 왕촨푸 Wang Chuanfu(BYD 회장 겸 CEO), 레이쥔 Lei Jun(Xiaomi CEO)과 같은 중국 기술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함께 초대되었다. 나도 이번 상하이 AI 콘퍼런스에서 왕이 빠른 속도의 중국어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당시에 “차를 따르거나, 공장에서 일하거나, 심지어 공연 예술을 수행하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위챗을 통해 그는 어릴 때부터 로봇에 매료되어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이어 그는 대학 1학년 때 고작 2백 위안(약 28달러)으로 작은 이족보행 로봇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설계한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 순간 기술과 창의성이 결합되는 데서 오는 어떤 성취감이 어마어마했어요. 그 후로 저는 로보틱스 연구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후 2015년 상하이 대학원생이었던 왕은 2만 위안(약 2천8백 달러)도 채 들지 않는 비용으로 작은 사족보행 로봇을 제작했다. 이 로봇은 당시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부분의 반응은 학생이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안정적인 기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왕은 이후 드론 기업 DJI에서 일하다 2016년, 소규모 초기 투자를 받아 유니트리를 창업한다. 그리고 2017년, 첫 제품으로 ‘라이카고 Laikago’라는 로봇 개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초기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Boston Dynamics’와 그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 Spot’이 큰 영감이 됐다고 말한다. 로보틱스 기업 ‘고스트 로보틱스 Ghost Robotics’의 CEO, 개빈 케널리 Gavin Kenneally는 무역 전시회와 콘퍼런스에서 라이카고를 처음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 로봇은 사실 그렇게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팟이 7만5천 달러에 판매되었던 반면, 라이카고의 가격은 2만5천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2019년 MIT 연구팀은 사족보행 로봇 ‘미니 치타 Mini Cheetah’가 기록적인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전기 모터를 개발했다.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유니트리가 새로운 사족보행 로봇 ‘A-1’을 공개했다. “사실상 MIT의 미니 치타를 거의 그대로 복제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전 플랫폼과 비교하면 엄청난 도약이었죠.” 케널리가 말했다.
이후 유니트리의 사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컨설팅 회사 ‘세미애널리시스 SemiAnalysis’에 따르면 2023년 유니트리의 사족보행 로봇 판매량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10배에 달했다고 분석한다. 약 2만4천 대의 유니트리 로봇이 건설 현장과 해양 석유 시추 시설, 기타 공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로봇들은 계단을 오르거나 잔해 위를 지나가며 점검이나 보안 순찰 업무를 수행한다. 유니트리의 로봇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제조업의 공급망 구조가 얼마나 강력한 경쟁력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공급업체와의 관계는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세미애널리시스가 유니트리의 최신 사족보행 로봇 ‘고2 Go2’(약 8천 달러 수준)를 분석했는데 센서와 모터, 기어박스, 배터리, 컴퓨터 등 핵심 부품의 총 비용은 3천2백72달러 수준에 불과했다.(일부 모델은 1천6백 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이는 중국의 안정된 제조 인프라와 공급망을 활용해 엄청난 속도로 반복 개발을 해낸 증거입니다.” 케널리가 설명했다. 하지만 왕의 관심은
‘로봇 개’에 머물지 않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오랫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해왔다. 그리고 2023년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 시연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왕 역시 휴머노이드 개발에 빠르게 착수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유니트리는 첫 휴머노이드 모델 ‘H1’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 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더 발전된 모델 ‘G1’을 출시했는데, 학술 연구기관을 위해 책정된 로봇의 가격은 1만3천5백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난여름에는 성능은 다소 낮지만 훨씬 저렴한 휴머노이드 ‘R1’도 공개했는데, 가격은 놀랍게도 3만9천9백99위안(약 5천7백 달러) 정도였다. 상하이 AI 콘퍼런스 연설에서 왕은 로봇 지능의 혁명적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봇에게도 ‘ChatGPT의 순간(ChatGPT Moment)’이 올 겁니다. 낯선 방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물병을 가져다주거나, 단순한 명령만으로 스스로 무엇이든 정리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말입니다. 저는 그 시기가 빠르면 1~3년, 늦어도 3~5년 안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로보틱스 연구자들도 곧 그런 순간(ChatGPT의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그 순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보기에 왕은 꽤 낙관적인 사람이다. 최근 항저우에서 열린 한 대형 로보틱스 콘퍼런스에 참여한 한 전문가 패널이 “2050년까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청중에게 던졌고, 왕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 BEIJING
나는 또 다른 로봇의 ‘ChatGPT 순간’을 노리고 있는 기관을 찾아 베이징으로 향했다. AI 연구를 조율하고 지원하는 ‘베이징 인공지능 아카데미 (BAAI)’는 2018년 베이징 시정부가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낮은 오피스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아카데미 로보틱스 연구실 창밖으로는 중국 최고 명문 대학인 칭화대학교와 베이징대학교의 넓은 캠퍼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학술 연구기관의 성격이 강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BAAI는 이미 미국 정부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25년 5월 미국 상무부는 BAAI를 ‘엔티티 리스트 Entity List’에 추가해 미국 기술을 획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BAAI 연구진은 자신들이 단순한 연구 기관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미국 정부는 이 기관이 “중국의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산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AAI 연구소 안에서 나는 또 한 대의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났다. 이 로봇은 다리를 넓게 벌린 뒤 발을 구르며 주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동작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이 휴머노이드는 전에 없는 새로운 실험적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인간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고 학습하는 방식인데, 조금 전 동작은 도우인(Douyin, 틱톡의 중국 버전)에 올라온 춤 영상을 직접 보고 학습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BAAI의 원장이자 로보틱스 연구 책임자인 중위안 왕 Zhongyuan Wang이 연구소의 새로운 오픈소스 로보틱스 모델, ‘로보브레인 Robobrain 2.0’에 대해 직접 설명을 이어갔다. “이 모델은 언어 모델의 능력과 공간적 추론 능력을 결합해 설계됐습니다.” 지금까지 로봇은 언어 모델이 가진 광범위한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로봇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간과 더욱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 실험에서는 연구팀이 로보브레인 2.0으로 로봇의 두 팔을 제어했는데, 로보브레인 2.0이 “배가 고프니 햄버거를 만들어 달라”는 말을 듣자, 이를 행동 명령으로 변환, 로봇 팔이 즉각적으로 빵 사이에 양상추와 패티를 넣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언어 모델만으로는 로봇을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로봇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마치 언어 모델(LLM)이 문자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순서인 것처럼 지금은 인간의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 과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BAAI 연구소를 둘러보며 나는 동시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수많은 직원을 살폈다. 이들은 원격 조작을 통해 다양한 로봇 팔과 그리퍼 grippers를 움직이며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흩어진 콩을 쓸어 담거나, 주전자에서 컵으로 액체를 따르고, 선반에서 물건을 집어 드는 등의 단순 조작 작업을 학습시키는 것이었다. 한 젊은 남성은 VR 헤드셋을 쓰고 차를 우려내는 동작을 하고 있었고, 동시에 주변의 많은 카메라가 그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개발 과정 자체는 단순하다. 충분한 훈련 데이터가 축적되면 로봇은 특정 작업을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데이터가 로봇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또 얼마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생활 안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손’을 정교하게 모방하는 하드웨어의 개발도 더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로봇에게는 공중제비를 도는 것보다 동전을 뒤집는 일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선데이 로보틱스 Sunday Robotics’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토니 자오 Tony Zhao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 기업들은 BAAI의 원격 조작 작업자들처럼 한 번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로봇 모델을 훈련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반복 개발 속도에서 미국은 이미 뒤처지고 있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이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오는 이 커다란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최근 중국의 공급망과 산업 네트워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들로 임원단을 꾸리기도 했다. “중국 기업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의 인원들로 새로 팀을 구축하는 방법뿐입니다.” 자오가 말했다.
한편 구글 딥마인드 Google DeepMind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 Demis Hassabis와 피지컬 인텔리전스 Physical Intelligence의 CEO 래키 그룸 Lachy Groom은 이렇게 예상한다. 이른바 ‘로봇 ChatGPT 순간’을 노리는 미국 기업의 움직임이 로보틱스 산업을 스마트폰 산업의 발전 경로와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 거라고. 즉, 중국이 하드웨어를 만들고, 미국이 두뇌를 만드는 구도로 갈 것이라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애질리티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 로봇 책임자(CRO)인 조너선 허스트 Jonathan Hurst와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로봇을 사용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 첨단 제조업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내 로보틱스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어쩌면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보여온 인내심 있는 산업 투자 전략을 일정 부분 모방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자동화에 대해 우리는 매우 현명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것이 유일한 길입니다.” 조너선이 말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베이징의 기술 중심지로 불리는 중관춘 Zhongguancun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요즘의 대도시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객실 배달 로봇’은 없지만, 대신 ‘스테판 Stephen’이라는 이름의 매우 정중한 ‘사람’ 직원이 있다. 그는 내가 셔츠 세탁이 필요할 때 단 몇 시간 만에 빠르게 일을 처리해주었다. 이번 콘퍼런스 참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셔츠가 이렇게 빠르게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이 닿았을까. 세탁하고, 다림질하고, 포장하고, 운반하고. 아무리 중국이라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방법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