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과 한국 파인다이닝이 빚어낸 미식의 하모니

2026.05.27.전희란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 밍글스 강민구 셰프, 솔밤 엄태준 셰프, 그리고 하모니.

© Harold de Puymorin

오늘 선보일 돔 페리뇽 빈티지 2017은 뱅상 샤프롱 이전의 셰프 드 카브, 리샤르 조프루아의 마지막 빈티지죠.
VC 맞아요. 리샤르 조프루아는 종종 자신이 돔 페리뇽을 ‘고요함’에서 ‘미스터리’로 변화시켰다고 말하곤 했어요. 저는 그 표현이 그가 수년에 걸쳐 구축해온 비전을 아름답게 담아낸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저는 제 역할이 돔 페리뇽을 ‘미스터리’에서 ‘구현’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느끼고요. 이는 그가 만들어온 유산과 이제 제가 이어가고 있는 비전 사이의 끊김 없는 조화를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해요.

이번 주제 ‘하모니’를 통해 새롭게 고찰한 것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VC 돔 페리뇽의 주제 의식은 설명을 위해 인위적으로 덧붙인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모두 와인 그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되죠. ‘하모니’는 돔 페리뇽의 본질적인 철학을 드러냈어요. 획일성이나 고정된 완벽함으로 구축되지 않는 돔 페리뇽은 서로 다른 긴장과 대비가 조화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구축돼요. 기후와 대지, 사람, 시간, 감각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대비, 차이들이 서로 조율되고 공존하는 과정이에요. 하모니는 이러한 긴장들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계속 진동하며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그리고 2026년, 네 가지 새로운 빈티지를 선보이며 이 개념을 와인을 넘어 경험 전체로 확장하고자 했어요. 미식, 음악, 공간의 분위기, 퍼포먼스까지, 각각의 요소가 서로 공명하는 하나의 감각적인 교향곡처럼.

셰프들 간의 협업 과정에서 반드시 강조하고 싶었던 태도나 원칙, 철학이 있었나요?
VC
제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코히어런스 coherence’,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었어요. 그것은 반복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관성이 아니라, 서로 간의 ‘공명 resonance’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와인, 요리, 디너의 리듬,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통합된 감각적 움직임을 이루도록 하고자 했어요. 저에게 하모니란 각자의 창의적인 목소리가 온전히 자신만의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전체를 이해하게 만드는 하나의 흐름에 기여할 때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죠.

셰프들에게 묻겠습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7,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10이 가져온 어떤 생각의 ‘떠오름’이 있었다면, 말로 그림 그리듯, 사진을 찍듯 묘사해주세요.
MG 제게 돔 페리뇽은 ‘해방’과 ‘새로운 챕터’를 상징해요. 고된 서비스가 끝나고 퇴근 후, 하루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며 마시는 한두 잔의 돔 페리뇽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열어주는 신호탄이죠. 셰프의 일과상 서비스 후에도 서류 업무, 이메일, 레시피 정리 등이 이어지는데, 돔 페리뇽 한잔은 그 업무를 단순한 노동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과정으로 전환해주는 특별한 매개체가 돼요.
TJ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를 처음 입에 담았을 때, 문득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그 순간 안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느낌. 억눌려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공기를 만나는 느낌.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10은 달랐습니다. 색처럼, 기억처럼, 어딘가 붉고 깊은 것이 천천히 퍼지는 느낌이었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담근 김치가 딱 맞게 익던 날의 냄새 같달까요. 돔 페리뇽 빈티지 2017은 아직 젊고 팽팽해서, 오히려 지금 제 주방의 온도 같았습니다. 아직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인. 세 가지 모두, 저에게 ‘지금 어디쯤에 있느냐’고 묻는 것 같았죠.

두 셰프는 통제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한식 발효의 미학을 치밀하게 접시로 옮겨옵니다. 예측 불가함을 무기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고투해왔나요? 그로부터 만끽하는 자유도 있나요?
MG 일관된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 파인 다이닝에서 ‘예측 불가함’은 가장 어려운 대상이에요. 저희는 최대한 모든 요소를 컨트롤 범위 안에 두려 노력하지만, 그 통제가 지나치면 음식의 영혼이 사라지고 시스템만 남게 되는 것을 경계해요. 밍글스 메뉴판의 ‘오늘의 생선’, ‘오늘의 채소’, ‘홈메이드’라는 표현들은 이러한 유연함을 상징하죠. 매번 다른 상태의 식재료가 들어오더라도, 저희가 정해둔 확고한 기준 안에서 다양한 기술과 조리법을 적용해 ‘예측 불가함’을 ‘변주가 있는 완성도’로 승화시키고 있어요.
TJ 저도 처음엔 억지로 그것을 통제하려 했어요. 일정하게 만들려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려고.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그게 되지 않는다는 게 이 발효의 본질이라는 것을. 어느 시점부터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같은 메주를 쓰고, 같은 비율로 담가도, 결과는 매번 달라요. 그 다름 안에 그해 여름의 습도가 있고, 제 손의 온도가 있어요. 예측 불가함으로부터 오는 자유는, 그 다름을 틀렸다고 보지 않을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들이 돔 페리뇽 메이킹과 다르지 않게 들리네요. 협업 과정에서 빚어진, 어떤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나요?
TJ 강민구 셰프님과 밍글스 팀이 요리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솔밤 팀에게 전이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각 레스토랑의 키친팀, 서비스 팀에는 고유의 룰 같은 것들이 있는데 두 레스토랑이 함께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문을 닫고, 50명 가까운 인원이 서로 조율하며 각 요소를 살려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음식과 요리에서 발현되는 것 이상으로 행사 전반에 걸쳐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하모니로 전율을 일으킨 순간이었어요. 오래도록 간직할 기적 같은 순간.
MG 양쪽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와 서비스 팀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진 순간, 교감을 넘어 둘의 호흡이 아름답게 공명한, 진정한 ‘하모나이징’의 순간이었죠.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에 페어링한, 밍글스 강민구 셰프와 솔밤 엄태준 셰프가 함께 만든 ‘Solbam & Mingles Pot’. 모양새는 밍글스의 시그니처 디시 밍글링 팟과 닮았지만, 두 셰프의 컬러와 빛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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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란

전희란

피처 에디터

전희란은 노포부터 파인 다이닝에 이르는 미식 전반과 술, 삶과 여행, 사람을 취재하는 'GQ KOREA' 피처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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