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절대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입주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들. 이사만 아홉 번 해본 에디터가 깔끔하게 정리했다.
등기부등본

“채광이 좋죠?” 그렇다. 집 보러 가면 햇빛부터 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건 등기부등본이다. 등기부등본에선 집주인이 누구인지, 빚이 얼마인지(근저당), 압류나 경매 등 권리관계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을구’의 근저당이다. 근저당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에 근접한다면 경매 시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른바 깡통전세다. 발급은 인터넷등기소에서 누구나 가능하다.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계약 직전과 잔금 치를 때, 입주 직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게 좋다. 입주 전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광은 살면서 적응되지만, 떼인 보증금은 적응이 안 된다.
집주인이 진짜 집주인인가

의외로 많이 놓치는 게 ‘계약 상대가 진짜 소유자인가’다. 신분증의 이름과 등기부등본의 소유자 이름이 같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리인과 계약한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도 꼭 챙겨봐야 한다. 특히 신탁이 설정된 집은 한 번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등기부 ‘갑구’에 신탁이 적혀 있다면 계약 권한이 집주인이 아닌 신탁회사에 있을 수도 있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의 인적사항을 대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 그 1분을 건너뛰면 가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건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약사항, 계약서 빈칸의 힘
계약서엔 특약사항이라는 빈칸이 있다. 여기에 뭘 적느냐가 나중을 가른다. ‘잔금일까지 현재 권리관계를 유지하며, 위반 시 계약을 무효로 하고 보증금을 전액 반환한다.’ 이는 계약 이후 집주인이 추가 대출을 받는 상황에 대비하는,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한 줄이다. 여기에 추가하자면 ‘임대인은 임차인의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취득에 협조한다’, ‘입주 전 발견된 하자는 임대인이 수리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한다’ 같은 조항도 기본적으로 넣으면 좋다. 게다가 옵션 가전 고장 시 수리 책임도 미리 정해두면 나중에 머리 아플 일이 없다. 빈칸을 그냥 두지 말자. 집주인이 피곤해해도 구두로 합의한 건 다 적자. 말로 한 약속은 증거가 없다.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아무리 따져도 불안하다면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하는 게 좋다. 사실 필수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을 통해서 가입하는 이 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핵심은 계약 전에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집은 그 이유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포기한 집이 한 곳 있었다.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결정이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해줬다. 보증료가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증금은 적은 돈이 아니다. 안전장치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
남향이라고 해가 드는 건 아니다
건물에 가리면 한낮에도 집 안이 어둡다. 남향이라는 말만 믿고 계약했다가는 뒤늦게 후회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낮에 가서 집을 봐야 한다. 채광은 단순히 밝기의 문제가 아니다. 햇빛이 안 들면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빨래도 안 마르고, 겨울엔 더 춥다. 창문의 방향만큼 중요한 건 집 앞이 얼마나 트여 있느냐다. 직접 창가에 서서 하늘이 얼마나 보이는지 확인하자. 반지하나 1층이라면 방범창이 단단한지, 창문의 잠금 상태가 멀쩡한지 확인하는 게 좋다.
사진과 메모

계약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제 기록할 차례다. 특히 계약 직전과 입주 당일의 집 상태는 꼭 사진으로 남기자. 벽의 흠집, 가전 상태, 곰팡이 흔적까지. 퇴거할 때 ‘원래 그랬다’는 걸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머리로 기억하려 하지 말자. 사진 한 장, 메모 한 줄이 나중의 분쟁과 후회를 막는다. 처음 방을 구하는 사람에겐 기록이 가장 든든한 무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