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크루에 연애하려고 오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일단 나는 아님

2026.06.03.박한빛누리

내가 매주 러닝 크루에 나간다니까 고향 친구들이 “연애하러 가는 거 아니야?”라며 놀린다. 아니, 가도 아저씨는 안 만나준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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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다가 눈이 맞는 건 생각보다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혈기 왕성한 남녀가 같은 취미를 하는데, 오히려 호감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다. 예전에는 학교가 있었고, 회사가 있었고, 동호회가 있었다. 사람을 만날 공간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연애도 시작됐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회사에서는 괜히 오해받기 싫고, 소개팅은 부담스럽고, 데이팅 앱은 피곤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취미 모임으로 몰린다. 그중에서도 러닝 크루는 조건이 꽤 좋다. 일단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다. 술집처럼 시끄럽지도 않다. 관심사가 같다. 게다가 일주일에 몇 번씩 반복적으로 만난다. 생각해 보면 감정이 생길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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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며 알 수 있는 것들

러닝 크루에 나가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주한다. 꾸준히 나오는 사람, 약속 시간보다 늘 늦게 오는 사람, 힘들어도 끝까지 뛰는 사람, 다른 사람을 챙기는 사람, 끝나고 뒷정리를 하는 사람 등 회원이 100명이면 100명 모두 다른 색깔을 띤다. 게다가 달리며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뛰다가 힘들면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장비 욕심이 많은지, 뒤처진 사람을 기다려주는지, 끝나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지까지 보인다. 소개팅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뛰고 먹는 것까지 러닝이다

다 보인다. 누가 운동하러 왔는지, 누가 외로워서 왔는지. 신기할 정도로 티가 난다.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은 러닝 이야기를 한다. 기록 이야기를 하고, 신발 이야기를 하고, 대회 이야기를 한다. 반면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러닝보다 뒤풀이에 더 관심이 많다. 다 뛰고 뭘 먹을지, 주종은 뭘 마실지. 그래도 이 사람 덕분에 분위기가 올라간다. 왜 그런지 알고 있지만, 다들 모른 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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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판이 연애 시장이 된 이유

사실 러닝크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클라이밍, 테니스, 배드민턴, 골프까지 요즘 인기 있는 운동에는 늘 핑크빛 기류가 흐른다. 왜 그럴까. 누군가를 만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회사와 집만 왔다갔다해서 그런가. 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다. 그러다 보니 취미 커뮤니티가 인기를 끈다. 당연하다. 원래 인간은 외로운 동물이니까. 그렇다고 운동만 하러 가지는 않는다. 건강해지고 싶다. 기록도 내고 싶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더 있다. 퇴근 후 누군가와 인사하고, 같이 뛰고, 커피를 마시고, 웃고 떠드는 시간. 어쩌면 그런 유대감을 원하는 게 아닐까.

박한빛누리

박한빛누리

프리랜스 에디터

박한빛누리는 러닝을 비롯한 스포츠 및 건강, 연애, 대중문화까지 폭넓은 콘텐츠를 다루는 15년 차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GQ KOREA', 'W KOREA', 'MARIE CLAIRE KOREA', 'COSMOPOLITAN KOREA'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셀러브리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아이돌 화보집과 브랜드 매거진 총괄을 맡아 편집해 온 경력이 있습니다. 패션, 러닝, 축구, 스노보드에 관심이 많으며, 인스타그램에 일상과 작업물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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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빛누리(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