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포르쉐부터 AI 그랜저까지, 2026 상반기를 뒤흔든 자동차 8

2026.06.05.신기호

상반기에 빛났던 얼굴들.

파나메라 레드 익스클루시브 PANAMERA RED EXCLUSIVE

PORSCHE

새해 벽두부터 공개된 ‘파나메라 레드 익스클루시브’는 올 상반기 등장한 한정판 모델 가운데 가장 감각적인 컬러 플레이를 보여줬다. 어떤 경우에 희소성은 컬러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 포르쉐코리아가 국내 고객만을 위해 선보인 ‘파나메라 레드 익스클루시브’의 수량은 단 100대 한정. 핵심은 포르쉐 퍼포먼스를 상징해온 ‘가드 레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지점이다. 특히 후면과 도어 하단에 적용한 붉은색 ‘Panamera’ 레터링은 강렬하여 감각적이고,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와 21인치 스포츠 디자인 휠, 선명한 테일라이트는 여전하여 반갑다. 예상 가능하게도 실내 역시 ‘보르도 레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안전벨트와 스포츠 크로노, 디지털 레브 카운터가 붉은색으로 연결됐다. 가격은 2억 5백30만원부터.

엑스 스콜피오 콘셉트 X SKORPIO CONCEPT

GENESIS

올 초, UAE 사막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엑스 스콜피오 콘셉트’는 올해 상반기에 공개된 콘셉트카 가운데 가장 과감한 방향성을 보여준 모델이다. 특히 사막 위를 달리는 제네시스의 이미지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갈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한몫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우아함과 강인함을 잃지 않는 전갈의 모습을 콘셉트카에 그대로 녹였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 전갈의 꼬리를 닮은 유려한 곡선미가 특히 멋졌다. 흥미로운 건 제네시스가 이번 콘셉트를 통해 단순히 SUV 한 대를 공개한 게 아니었다는 거다. 브랜드는 럭셔리와 스포츠, 그리고 ‘쿨 Cool’이라는 새로운 감성의 영역까지 제네시스의 감각을 확장시켰다. 그러니까 이는 쇼카 이상의 제네시스의 어떤 선언과도 같았다.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 ACADIA DENALI ULTIMATE

GMC

1월에 출시된 GMC 아카디아 드날리 얼티밋은 올해 상반기 등장한 대형 SUV 중 가장 미국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모델이다. 거대한 SUV는 때때로 지나치게 투박한데, GMC는 그런 투박함을 오히려 브랜드의 개성으로 읽게 만드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그러니까 ‘미국식’ SUV의 표본 같은 모델. 전면부의 베이더 크롬 그릴은 은은하게 빛나고, 22인치 애프터 미드나잇 휠은 안 그래도 커다란 차체를 더 위압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무엇보다 C자형 LED 라이팅이 켜지는 순간엔 마치 거대한 오토봇이 천천히 눈을 뜨는 것 같은 묘한 무게감이 전해진다. 실내는 단순히 고급 소재를 쌓아 올리는 대신, 실제 드날리산의 지형도를 레이저 각인한 우드 트림을 적용하며 ‘여정’이라는 개념을 공간 안에 심는 정성을 더했다.

씰 후륜구동 모델 SEAL RWD

BYD

2월 출시한 BYD 씰 후륜구동 모델은 상반기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드러낸 세단 중 하나였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가 3천만원대까지 내려오는데, 성능을 따져보면 이는 꽤 매력적인 가격대다. 후륜 싱글 모터가 만들어내는 최고출력은 3백13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지는 단 5.9초면 도달하고,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무려 4백49킬로미터나 되니까. 여기에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와 세계 최초 8-in-1 파워 트레인 기술까지 갖춘 실팍한 구성을 떠올리면 ‘가성비 전기차’라는 타이틀이 영 아쉽다. 또 셀투바디 구조와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타공 브레이크 디스크 등 기본기도 탄탄하다. 전기 세단 시장에서 BYD가 노리는 건 어쩌면 가격 경쟁력이 아닐 수도 있다.

더 뉴 컨티넨탈 CONTINENTAL GT S· GTC S

BENTLEY

2월 공개된 벤틀리의 더 뉴 컨티넨탈 GT S와 GTC S는 올 상반기 출시된 럭셔리 퍼포먼스 GT 가운데 가장 근사한 모델이었다. 더 뉴 컨티넨탈 GT S와 GTC S는 전보다 훨씬 날카롭고 공격적인 태도를 갖췄는데, 최고출력이 6백80마력, 최대토크는 94.8킬로그램미터. 시속 1백 킬로미터까진 단 3.5초면 도달하니, 왕왕 울려댈 엔진음이 절로 궁금하다. 하지만 이런 럭셔리 모델을 살펴볼 때 역시 중요한 건 숫자보단 감각이다. 이를테면 크로스플레인 설계의 4.0리터 V8 엔진과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박동감, 다이내믹 모드에서 느껴지는 뒷바퀴의 미세한 슬립은 벤틀리가 선사하는 짜릿하고 신나는 재미니까. 사실 조금은 개구진 듯한 벤틀리식 신사의 품격은 늘 이런 모습이었다.

EX90

VOLVO

4월 국내 출시된 EX90은 근래 쏟아진 전기 SUV 중에서도 가장 미래 지향적인 접근성을 보여줬다. 볼보는 EX90을 향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SDV)’라고 설명했는데, 실제로도 EX90의 핵심은 그런 보이지 않는 영역에 존재했다. 자체 개발한 ‘휴긴 코어’를 중심으로 차량의 기능과 데이터를 통합했고, OTA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구조를 완성했는데. 이는 ‘바퀴가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비유가 꼭 어울리는 지점이다. 물론 볼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여전히 안전이다. 5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차곡차곡 더해 브랜드 역사상 가장 안전한 모델을 완성했다. 여기에 선라이크 LED와 미니멀한 스칸디나비아의 실내 디자인은 언제나 옳다.

SV 블랙 SV BLACK

RANGE ROVER

지난 4월 출시한 레인지로버 SV 블랙은 상반기 등장한 SUV 중 가장 짙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름 그대로 ‘나르빅 글로스 블랙’ 컬러를 중심으로 외장 곳곳을 검정으로 채워 넣었는데, 단순하지만 유려한 실루엣 덕분에 이미지는 그저 묵직한 SUV라기보다 은밀하고 거대한 조형물에 가깝다. 실내도 마찬가지. 에보니 니어 아닐린 가죽과 블랙 버치 베니어, 새틴 블랙 마감으로 완성한 실내는 단정한 분위기가 그만이다. 주목할 건 세계 최초로 적용된 ‘센서리 플로어’ 기술이다. 이는 1, 2열 좌석 바닥에 내장된 트랜스 듀서가 음악에 맞춰 진동하며, 보디 앤 솔 시트와 함께 몸 전체로 소리를 느끼게 해주는 시트 기술이다. 레인지로버가 만드는 럭셔리 SUV는 이제 럭셔리의 감각까지 전달한다.

더 뉴 그랜저 THE NEW GRANDEUR

HYUNDAI

가장 따끈따끈한 모델이다. 5월 14일 공개된 ‘더 뉴 그랜저’는 단순한 부분 변경 모델이 아니다. 현대는 40년 넘게 이어져 온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온전히 붙잡은 채로, 최신 소프트웨어를 이식하며 다시 새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전면부는 15밀리미터 길어진 프런트 오버행과 샤크 노즈 형상을 기반으로 이전보다 더 낮고 안정적인 인상을 만들었고, 얇아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베젤리스 마감 역시 세련된 새 얼굴을 완성하는 핵심 디자인으로 조각됐다. 안으로는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생성형 AI 기반 ‘글레오 AI’를 탑재해 미래 지향적인 편의를 맘껏 뽐낸다. 여기에 현대 최초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도 새로 더했다. 한국형 세단의 대표 모델, 그랜저의 거듭되는 변화가 반갑다.

신기호

신기호

피처 디렉터

신기호는 자동차와 테크, 기어와 관련한 정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GQ KOREA'의 피처 디렉터입니다. 이외 정치, 사회, 산업적 이슈를 다루는 르포 기사도 기획하고 작성합니다. 이전에는 아웃도어 매거진 'GO OUT KOREA'의 편집장으로 아웃도어와 레저, 스포츠 영역과 관련한 콘텐츠를 다수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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