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과 집중력, 성욕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입증된 도파민 촉진 식품들. 효과 확실하다.

호르몬에 중요 순위를 매기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도파민이 왕좌를 차지할 것이다.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코르티솔은 논외로 치자. 도파민은 행복감과 성적 욕구를 관장하는 대표적인 ‘기분 좋은’ 호르몬이다. 우리 뇌가 충분한 도파민을 생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특정 음식이 실제로 도파민 수치를 자연스럽게 높여줄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어떤 음식들일까?
우리는 음식에 많은 것을 기대한다. 생명을 유지해주고, 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기분이 가라앉을 때 위로까지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우울할 때 찾게 되는 간식이 잠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경우는 많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그런 음식일수록 잠시 뒤 상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몸에 좋은 음식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도파민을 높이는 음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일까?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도파민이란 무엇인가?
도파민은 쾌락과 관련된 뇌 화학물질이자 호르몬이지만, 사실은 “동기부여와 더 관련이 있다”고 오디에이치디 정신의학의 임상 책임자이자 공인 심리학자인 대런 오라일리 박사는 설명한다. “도파민은 일을 시작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보상에 반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도파민은 성적 욕망을 담당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만족감과 연관된 세로토닌과는 다르다. 도파민은 운동 후의 상쾌함이나 마음에 드는 사람과 매칭됐을 때의 설렘 같은 단기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반면 도박이나 약물처럼 더욱 강렬하고 중독적인 행동에도 깊이 관여한다.
문제는 일부 사람들이 도파민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도파민 작용제라 불리는 약물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운동, 명상, 비타민 D 노출, 도파민 인테리어,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ADHD는 단순히 도파민이 부족한 상태가 아닙니다. 도파민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그리고 보상에 얼마나 민감한지의 문제죠. 급격한 상승과 에너지 저하가 더 자주 나타나지만, 이런 현상은 ADHD가 없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ADHD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은 생각보다 기분에 큰 영향을 준다.

음식은 어떻게 도파민 생산을 돕는가?
뇌를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뇌는 도파민 생산과 조절을 포함한 여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하루 섭취 열량의 약 20%를 사용한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그리고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파민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는 다양한 음식에서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음식이 직접적으로 도파민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뇌가 도파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제공하는 것”에 가깝다. 바로 이 때문에 ‘도파민 음식’이라는 개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사실 그런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한 번 인터넷이 과장한 셈이다.
오우시크 약국의 총괄 약사 히라 말릭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 표현은 음식과 기분, 식욕 사이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합니다. 특정 음식 하나가 갑자기 기분이나 동기부여, 식욕을 완전히 바꿔주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식사 패턴, 수면, 스트레스 관리 전반입니다.” 오라일리 박사 역시 같은 의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파민 부족 문제가 아니라 도파민 조절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식단은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기보다 기본적인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빠른 자극을 주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면 급상승과 급하강이 반복돼 집중력과 에너지의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도파민 부족이 아니라 얼마나 자주 도파민을 급격히 자극하느냐입니다.”
식사 패턴이 중요한 이유
연구에 따르면 뇌의 보상 시스템은 아침과 저녁에 가장 활발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오후에는 동기부여가 떨어지기 쉽다. 오후 3시쯤 초콜릿이나 달콤한 커피를 찾게 되는 현상은 누구나 익숙할 것이다. 도파민은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선택으로 우리를 유도하지만, 결국 더 큰 무기력 상태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런 급상승과 급하강의 악순환을 피하고 안정적인 도파민 상태를 유지하려면 몸을 식욕 폭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식사 내용과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를 거르거나, 지나치게 적게 먹거나, 오랫동안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말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식사를 거르거나 식사 간격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혈당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감소하면서 나중에 더 강한 식욕을 느끼게 됩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초가공식품 위주로 먹는 사람은 건강한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도 빠른 에너지와 높은 보상을 주는 음식에 더 끌릴 수 있습니다.”
도파민 조절에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가 더 중요하지만, 말릭은 초가공식품과 고당류 식품은 줄일 것을 권한다. “이런 음식은 매우 맛있게 설계되어 있어서 뇌의 보상 회로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도파민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음식에 식단을 의존하면 결국 더 큰 하락이 찾아온다. 오라일리 박사는 덧붙인다. “위안이 되는 음식은 단기적인 보상 반응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 도파민을 의미 있게 개선하지는 못합니다.”

도파민 생산을 돕는 최고의 음식
단백질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티로신이 풍부한 단백질 식품은 도파민 생산을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식품 중 하나다. 특히 철분, 아연, 마그네슘, 비타민 B6, 엽산 같은 미량 영양소와 함께 섭취할 때 효과가 더욱 좋다. 말릭은 이런 영양소들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철분과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영양소는 음식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고 뇌와 신경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원합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또렷하고 집중력 있으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지에 큰 영향을 줍니다.” 복합탄수화물 역시 중요하다. “귀리, 통곡물, 콩류는 에너지를 천천히 공급해주며 혈당 급락을 줄여 식욕 폭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티로신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뇌 기능 전반과 도파민 생산을 지원한다. 등푸른 생선이 좋다.
요거트와 발효식품
티로신 공급원이며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신경전달물질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호박씨
티로신, 마그네슘, 아연이 풍부하다. 특히 아연은 도파민 생산 조절에 필수적이다.
렌틸콩
엽산, 복합탄수화물,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 저하와 에너지 감소를 예방한다.
바나나
바나나는 도파민 자체를 함유하고 있다. 티로신을 도파민과 세로토닌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 B6도 풍부하다.
아보카도
티로신 공급원이자 건강한 지방이 풍부해 뇌로의 영양소 전달을 돕는다. 비타민 B6와 엽산 함량도 높다.
녹차
L-테아닌과 카페인의 조합이 집중력을 높여주며, 폴리페놀은 뇌에서 도파민의 활용도를 높인다.
다크초콜릿
티로신이 풍부하며 긴장을 완화하고 도파민이 뇌에 더 오래 머물도록 돕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또한 코코아 플라바놀이 혈류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음식들을 식단에 추가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말릭은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을 강조한다. “완벽함을 추구하거나 특정 슈퍼푸드를 쫓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몸을 꾸준히 지지해주는 일상의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